나라마다 운전석 좌우 방향이 다른 진실

왜 어떤 나라는 왼쪽에서, 어떤 나라는 오른쪽에서 운전할까

해외여행 가서 렌터카를 빌려본 적 있으신가요.
운전석 문을 열고 몸이 먼저 반대쪽으로 향하던 그 순간,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조수석에 앉으려다 머쓱하게 웃으며 운전대 쪽으로 다시 돌아갔던 기억 말이죠.

그 짧은 당황스러움의 정체는 사실 '국가 단위로 굳어진 습관'입니다.
전 세계 자동차의 대부분은 도로 오른쪽으로 다닙니다.
그런데 영국과 일본, 호주와 인도, 태국까지 75개 나라와 지역은 여전히 왼쪽입니다.
이 나라들에 사는 인구만 합쳐도 세계 인구의 3분의 1입니다.

바로 옆 나라끼리도 방향이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중국과 한국은 오른쪽인데 일본은 왼쪽입니다.
태국은 왼쪽인데 국경을 맞댄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오른쪽입니다.
대체 이 기준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원래는 전 세계가 왼쪽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금은 오른쪽이 다수파라 왼쪽 차선을 달리는 영국과 일본 습관



원래는 전 세계가 왼쪽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금은 오른쪽이 다수파라 왼쪽 차선을 달리는 영국과 일본이 유별나 보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순서가 정반대입니다.
원래 인류의 기본값은 왼쪽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람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입니다.
말을 탄 사람은 칼을 왼쪽 허리에 찼습니다. 오른손으로 뽑아야 했으니까요.
칼을 왼쪽에 찬 채로 말에 오르려면 말의 왼쪽에서 올라타야 합니다.
그러니 길 왼쪽 가장자리에 서서 말에 오르고, 그대로 길 왼쪽을 타고 가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맞은편에서 낯선 사람과 마주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길 왼쪽으로 지나치면 두 사람의 오른손, 즉 칼을 쥔 손이 가운데에서 마주칩니다.
위험한 시대에는 이게 더 안전한 배치였습니다.
1300년 교황 보니파시오 8세가 순례자들에게 왼쪽으로 다니라 지시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즉, 영국이 왼쪽을 선택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규칙을 그대로 유지한 것뿐입니다. 바뀐 건 나머지 세계였습니다.

흐름을 뒤집은 건 왜 하필 미국의 마차였을까

18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코네스토가 웨건이라는 대형 화물 마차가 널리 쓰였습니다.
이 마차에는 마부석이 따로 없었습니다. 마부는 맨 뒤 왼쪽 말등에 직접 올라탔습니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려면 그 자리가 편했기 때문입니다.

마부가 마차 왼쪽에 매달린 셈이 되니, 마차의 왼쪽 바퀴는 훤히 보이지만 오른쪽은 마차 몸통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좁은 길에서 맞은편 마차와 스칠 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쪽은 왼쪽뿐이었던 거죠.
그래서 마부들은 자기 왼쪽으로 상대와 스치도록 몰았습니다.
그 결과 둘 다 길 오른쪽으로 붙게 됐고, 오른쪽 통행이 이렇게 생겨났습니다.

말을 타던 시대에는 왼쪽이 안전했는데, 큰 마차를 몰던 시대에는 오른쪽이 안전해진 겁니다.
도구가 바뀌니 규칙이 뒤집혔습니다.

나폴레옹이 왼손잡이라서 바뀌었다는 이야기, 진짜일까

우측통행의 기원을 설명할 때 자주 따라붙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왼손잡이라서 유럽의 통행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꿨다는 겁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이를 사실로 보지 않습니다.
파리의 공식 우측통행 규정이 도입된 건 1794년,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기 전입니다.

진짜 이유는 신분이었습니다.
혁명 이전 프랑스에서 길 왼쪽은 귀족의 자리였습니다. 걸어 다니는 평민은 오른쪽으로 밀려났죠.
1789년 바스티유가 무너진 뒤 귀족처럼 보이는 것 자체가 위험해졌습니다.
귀족들은 눈에 띄지 않으려 스스로 오른쪽으로 내려와 평민들 틈에 섞였습니다.

오른쪽은 편해서 고른 방향이 아니라, 구체제와 결별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이 규칙의 창시자가 아니라 전파자였습니다.
그의 군대가 지나간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상당 지역이 이때 오른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영국만 유럽에서 왼쪽으로 남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도버 해협을 건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왜 지금까지 왼쪽을 유지하고 있을까

일본의 좌측통행 관습은 에도 시대부터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무라이가 칼을 왼쪽에 찼던 이유, 중세 유럽과 출발점이 같았던 겁니다.

갈린 건 그다음입니다.
유럽 대륙은 마차와 혁명이 판을 뒤집었지만, 일본에는 그걸 뒤집을 힘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1872년 첫 철도가 영국의 기술 지원으로 놓였고, 영국식 철도는 왼쪽으로 달렸습니다.
철도가 왼쪽으로 놓이자 도로도 왼쪽으로 굳었습니다. 기술을 수입하면 규칙도 함께 따라온 셈입니다.

국민 83%가 반대했는데도, 스웨덴은 왜 밀어붙였을까

1960년대 스웨덴은 좌측통행 국가였습니다.
그런데 국경을 맞댄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모두 우측통행이었고, 매년 500만 대에 가까운 차량이 국경을 넘나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차였습니다. 스웨덴 도로를 달리는 차의 90% 이상이 좌핸들 차였습니다.
왼쪽 차선인데 운전석이 왼쪽에 있으니, 운전자는 길 가장자리에 앉는 셈이었죠.
중앙선 너머가 잘 안 보였고, 추월할 때 정면충돌이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1955년 국민투표에 붙였습니다. 결과는 참패, 83%가 그대로 왼쪽을 고수하자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12년 뒤, 정부는 이걸 그대로 강행합니다.

  • 작전명 '다겐 H(Dagen H)' — 우측통행을 뜻하는 스웨덴어 머리글자를 땄습니다
  • 도로 표지판 약 35만 개를 교체 (스톡홀름에서만 2만 개)
  • 전환은 차가 가장 적은 일요일 새벽으로 지정
  • 새벽 4시 50분, 도로 위 모든 차량이 멈춰 서서 오른쪽으로 옮겨간 뒤 5시 정각 재출발

전환일 사고는 평소보다 오히려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6주 만에 사고 건수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고, 1969년엔 전환 이전과 같아졌습니다.
안전해진 건 규칙이 아니라 모두가 잔뜩 긴장했던 그 시기였던 셈입니다.

반대로 왼쪽으로 옮겨간 나라도 있을까

2009년 가을, 남태평양의 사모아가 우측통행에서 좌측통행으로 바꿨습니다.
이유는 안전도 국경도 아닌 중고차 가격이었습니다.

사모아 사람 약 17만 명이 좌측통행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에 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해외 가족이 우핸들 중고차를 보내주고 싶어도 통행 방향이 달라 보낼 수가 없었죠.
결국 미국에서 좌핸들 차를 들여와야 했는데, 운송비가 뉴질랜드보다 세 배 넘게 비쌌습니다.
통행 방향을 바꾸면 이 돈이 그대로 굳는 셈이었습니다.

1만 8천 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했고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기각됐습니다.
정부는 전환 사흘 전부터 술 판매를 금지하고, 이틀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아예 차를 못 타게 만들었습니다.
그날은 접촉 사고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안전한 걸까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결국 어느 쪽이 더 안전하냐는 거죠.
의외로 이 질문엔 깔끔한 답이 없습니다.

아프리카 54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좌측통행 국가의 교통 사망률이 더 낮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스웨덴 사례를 다시 분석한 연구에서는 우측통행으로 바꾼 뒤 사고 위험이 약 30%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같은 종류의 질문에 정반대 결론이 나온 겁니다.

두 연구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답이 보입니다.
핵심은 통행 방향 자체가 아니라 '운전석과 차선의 짝이 맞느냐'입니다.
좌측통행 나라에서 우핸들 차를 타면 안전하고, 우측통행 나라에서 좌핸들 차를 타도 안전합니다.
위험한 건 이 둘이 어긋날 때뿐입니다.

그런데 왜 세계는 아직도 하나로 통일하지 않았을까

스웨덴과 사모아는 모두 인구와 차량 규모가 작은 나라였습니다.
인도처럼 등록 차량만 3억 대가 넘는 나라를 떠올려보면, 바꿔야 할 목록은 표지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버스 출입문, 고속도로 진출입로, 톨게이트, 신호등까지 전부 새로 손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운전자 수억 명의 몸에 밴 습관을 바꿔야 하죠.

안전 면에서 확실한 이득도 없습니다.
지금은 통행 방향이 달라도 불편이 크지 않은 시대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좌핸들과 우핸들을 같은 생산 라인에서 함께 만들고, 방향이 엇갈리는 국경에는 아예 차선을 꼬아 넘겨주는 입체 교차로를 놓습니다.
문제를 없애는 대신, 문제를 넘어가는 다리를 놓은 셈입니다.

결국 이 경계는 무엇이 남긴 흔적일까

출발점은 길 왼쪽이었습니다. 오른손에 칼을 쥐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미국의 큰 마차가 마부를 왼쪽 말등에 앉혔고, 프랑스혁명이 왼쪽을 귀족의 자리로 낙인찍었고, 미국산 자동차가 좌핸들을 세계 표준으로 밀어냈습니다.
영국이 왼쪽에 남은 건 고집이 아니라 바다 때문이었고, 일본이 왼쪽인 건 영국이 놓아준 철도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 도로 위의 이 분단선은 어느 쪽이 우월해서 남은 게 아닙니다.
바꿀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에 그냥 남았을 뿐입니다.

지금 우리가 지나다니는 길의 방향은, 수백 년 전 누군가가 칼을 어느 쪽 허리에 찼는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어쩌면 세상의 많은 규칙이 옳아서가 아니라, 바꾸기엔 너무 멀리 와버려서 그대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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