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펀드가 무너진 날의 데자뷔
뉴스 하나 기억나시나요?
올해 초였죠. 오픈AI 출신, 스물네 살에 AGI가 온다고 예언하던 천재 레오폴드 아셴브레너. 그가 이끌던 26조원짜리 AI 헤지펀드가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소식.
월가에는 서늘한 분석만 남았습니다.
"레버리지를 너무 썼다. 결국 시타델에 주식 포트폴리오를 다 넘겼다."
그 뉴스를 보는 순간, 묘한 데자뷔가 들지 않았나요?
2022년 5월, 스탠퍼드 출신 천재가 만든 코인이 일주일 만에 -99.99% 폭락했던 그날 말이에요.
맞아요. 50조가 증발했던 테라·루나 사태.
최첨단을 달리던 두 천재는 왜, 돈 앞에만 서면 똑같이 무너졌을까요?
"내 수식은 완벽해"라는 거만한 착각
두 비극의 시작은 똑같았습니다.
세상은 수식으로 설명된다는 믿음.
권도형은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테라는 절대 깨지지 않는 알고리즘이라고. 심지어 "가난한 사람과는 논쟁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죠.
아셴브레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AI는 무조건 성장한다. 그걸 데이터로 모델링했으니, 빚을 내서 베팅하면 무조건 이긴다. 그의 신념은 종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완벽한 방정식에는 변수 하나가 빠져 있었습니다.
바로 인간의 공포.
테라가 1달러 아래로 살짝 흔들리자, 사람들은 미친 듯이 도망쳤습니다.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가격이 떨어지면 코인을 더 찍고, 더 찍으니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아셴브레너의 펀드도 같았습니다.
AI 주식이 잠깐 휘청이자, 빚으로 쌓은 탑은 한 번에 무너졌습니다. 결국 펀드는 청산됐고, 그는 투자자들에게 다시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어야 했습니다.
코딩은 0과 1로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은 겁에 질린 인간들의 모임이니까요.
월가에 도는 소문 : "너무 드러난 표적은 사냥당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루머가 하나 더해집니다.
월가에 꾸준히 돌던 의도적 공격설입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포지션과 약점을 너무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권도형이 페깅 시스템을 과시할 때, 거대 공매도 세력은 그 허점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습니다.
아셴브레너 역시 AGI를 외치며 상징이 되었고, 반대편에서는 그가 어떤 주식을 얼마나 큰 레버리지로 쥐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죠.
"네가 그렇게 자신해? 어디 한번 버텨봐."
월가의 거대 자본이 의도적으로 숏을 쏟아부어 강제 청산을 유도했다는 소문.
루머지만, 금융 시장의 가장 야혹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자만이 만든 표적이, 결국 먹잇감이 된 셈이죠.
무모한 천재가 무너지자, 아이러니하게 살아난 시장
진짜 소름은 그 다음입니다.
아셴브레너의 펀드가 청산되자, 시장을 짓누르던 거대한 레버리지 물량이 한 번에 털려 나갔습니다.
빚으로 산 주식들이 강제 청산된 거죠.
그러자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이 가벼워지며 반등이 시작됐습니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 때도 똑같았습니다.
50조 거품이 터지고 증발한 뒤에야, 시장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다음 상승장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무모한 천재가 일으킨 파도가 부서지고 나서야, 바다가 깨끗해지는 역설.
두 사태는 완벽히 닮아 있었습니다.
당신의 공식에는 '겸손'이 있나요?
개발자는 코드(Code)를 믿습니다.
0과 1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투자는 컨텍스트(Context)의 영역입니다.
맥락과 야생의 심리가 지배하는 곳이죠.
아무리 뛰어난 디지털 천재성도, 아날로그 세상 앞에서는 겸손해야 합니다.
내 신념을 과시하며 오만에 빠지는 순간, 시장은 그것을 가장 좋은 먹잇감으로 삼습니다.
박제된 아날로그는 잊혀집니다.
하지만 아날로그의 진리를 무시한 디지털 역시, 똑같이 참혹한 결말을 맞습니다.
지금 당신의 투자 공식에는, 혹시 겸손이라는 변수 하나 빠져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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